“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이종화

완충지대에서 만난 사람들

흩날리던 벚꽃은 지고 싱그러운 초록 잎이 우리를 반기는 5월입니다. 세 번째 인터뷰는 완충지대에서 연극모임 ‘인생각본’ 이끄미로 활동하는 이종화 님을 만나 요즘 사는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완충지대는 삼례를 거점으로 청년 활동과 그들의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공간입니다.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삼례 사는 이종화입니다. 연기를 전업으로 하는 12년 차 연극인이에요. 창작극회에 소속되어 단원들과 함께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고요. 주특기가 연극이다 보니 사람들과 삼례에서 연극 모임도 해요.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 오셨나요?

대학 때 전공은 토목공학과였어요.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주변 사람들은 제가 연극인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군대를 다녀온 뒤 미래에 어떤 일을 할까 고민이 되던 차에 제가 연기를 좋아하던 게 생각났죠. 어떤 경로로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마침 대학교 동아리 모집 시즌이어서 연극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족보가 꼬인다고 받아주지 않더라고요.(웃음) 다니던 대학교에 평생담당교수제가 있었는데 교수님께 조언을 구해보았죠. 그분의 소개와 연결로 우연찮게 창작극회에 첫발을 들였어요. 배우들의 현장감 있는 연기를 보면서 신기했고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이후 창작극회에서 상근으로 일하며 연극배우 외길 인생을 걸어오고 있네요. 외부 작업으로 한옥마을에 있는 공연장에서 상설 공연을 하는 창극 배우로 5년간 활동하기도 했어요.

 

⦁완주에서 연극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전북에는 17개의 극단이 있다고 하는데요. 소극장을 가지고 있는 극단은 김제, 익산, 전주, 남원을 거점으로 5개 정도가 있어요. 완주는 소극장을 가진 극단은 없지만 연극을 볼 수 있는 시설인 삼례문화예술촌 씨어터애니와 완주향토문화예술회관이 있어요. 연극 전용이 아니라 다목적으로 사용되어 연극을 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공연할 곳이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지역에 바라는 점이나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완주에 ‘오락’이라는 극단이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단원이 많이 없다고 들었어요. 청년들이 단체에서 소속감 있게 활동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자체에서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해서 지원책을 펼쳐준다면 극단도 활성화되고 단원도 자연스럽게 늘지 않을까 해요.

 

⦁지역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삼례에 거주하면서도 대부분의 생활을 전주에서 했어요.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서 딱히 완주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못 해봤네요. 우연히 완주문화재단 문화이장 활동을 소개받아 연극모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금씩 천천히 완주 그리고 삼례라는 지역과 가까워짐을 느껴요. 앞으로 완주에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경험을 해서 앞으로도 계속해보고 싶어요.

 

⦁완충지대에서 연극모임 ‘인생각본’ 이끄미를 하고 계신데요.

2020년도에 시작하여 벌써 3년 차네요. 코로나19로 인원 모집에 어려움도 있었는데 완충지대라는 공간을 통해 안정감 있게 모임을 지속하면서 모임원이 한 명 한 명 늘어나 현재는 7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인생각본은 올해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장소는 삼례문화예술촌 씨어터애니나 향토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하려 해요. 지금은 모임원들과 여러 작품을 읽어가며 작품 선정에 매진하고 있어요. 작품을 고르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모든 구성원을 충족시켜야 해서 쉽지는 않아요. 작품만 정하면 2달 동안 연습 과정을 거쳐 극을 올릴 수 있는데요. 모임원들이 배우, 스텝, 무대 설치까지 모두 맡아서 할 예정이에요.

 

⦁완주에서 맺었던 가장 인상적인 관계가 있다면?

인생각본 모임원들이에요. 연극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즐거운 얘기도 나누고 생활 공유도 하고 싶어요. 극단 생활을 하면서 연극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데요.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이런 모임이 참으로 소중하고 귀하더라고요. 설사 모임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각각의 인연으로 남아 지역에서 반가운 관계가 되길 바라요.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작가, 연출, 스텝 등으로 함께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기다릴게요.

 

⦁나를 언제나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7년 넘게 장기연애를 하는 여자친구예요. 연극을 같이 한 적도 있어서 냉정하게 연기를 평가해주기도 하고 힘들 때는 용기도 줘요. 연기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항상 저의 연기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줘요. 꾸중보다는 칭찬이 많이 듣고 싶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다면?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가 모토에요. 삶을 돌이켜 보면 굉장히 수동적인 사람이었어요. 작품 선정과 캐스팅을 연출이 하고 나면 배우는 연출의 지시대로 하는 경향이 커서 자연스럽게 그런 성향이 되었네요. 요즘에는 누군가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협업을 이야기하면 적극적으로 임해보려 해요. 올해 완주연극협회에서 연락을 주셔서 지역에서 연극 활동을 논의한 적이 있어요. 완주에서 살고 있고 완주에서 연극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현재는 연극 모임을 통해 천천히 나아가려 해요.

 

삼례청년공간 완충지대 매니저 ┃이자영